예전에 우리말에 들어온 서양식 말투에 대해 글을 썼었다.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고 있다"처럼 여기저기 "가지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데 대한 내용이었다.

요즘은 더 많은 말투가 어색하게 들린다. 언중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표현인데 뜻을 모르면 아예 소통이 안 되는 "신조어"와 더불어 다양하고 급변하는 사회를 대변하는 것 같다.

지나친 높임: 내가 아시는 분

내가 아시는 분이 그러는데…

"-시-"는 문장의 주어를 높이는 말이니까 결국 나를 높이는 문장이 된다. "내가 아는 분"이라고 해야 맞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들리던 말투인데 주어가 아닌 대상을 높여서 말하려다 보니 엉뚱한 데 "-시-"를 붙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말투는 서비스 업종에서 자주 듣는다.

  • “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 커피가 사람인 것처럼 들린다. 😄
  • “이쪽으로 앉으실게요.” "~할게요"는 내가 뭘 하겠다고 할 때 쓰는 말이다. 여기에 "-시-"를 붙이니 어색하다. "앉으십시오"는 정중하지만 딱딱해서, "앉으세요"는 부드럽지만 너무 편한 사이 같아서 새로 만든 말 같다. 하지만 사실 "앉으세요"는 "앉으시어요"를 줄인 말이므로 원래는 부드러우면서도 공손한데 세월에 따라 사람들의 느낌이 바뀐 것 같다.
  • “결제 도와드릴게요.”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땐 약간 놀랐다. 결제 금액을 보태준다는 말인 줄 알고 말이다. 😄 손님 입장에서는 "계산해 주세요"라고 말하니 "계산해 드릴게요"나 "결제해 드릴게요"라고 하면 안 되나?

손님 응대라는 게 예민할 수 있으니 일견 이해가 가는 것도 있지만 어색한 말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게 더 성의 없이 들리는 건 나만의 생각인가?

반말이 섞인 존댓말: ~했다만

작년에 거길 들어갔다만 별거 없더라고요

이건 문법이 틀린 게 아니다. 반말과 존댓말이 섞여 있다는 게 문제다. "~했다만"은 "했다, 그렇지만"의 의미이므로 반말이다. 하지만 "없더라고요"는 존댓말이다.

존댓말로 하려면 "~했습니다만"이나 "~했는데요"라고 하는 게 맞다. 즉,

작년에 거길 들어갔습니다만 별거 없더라고요

또는 중립적으로

작년에 거길 들어갔지만 별거 없더라고요

과거형이 붙은 “~어서”: 몰랐어서, 좋겠어서

잘 몰랐어서 다른 길로 갔어.
잘 몰랐어 가지고 다른 길로 갔어.
같이 가면 좋겠어서 연락했어.

최근에 가장 많이 들리는 말투다. 우리 말에서 "~해서"는 과거형으로 만들지 않는다. 과거 일이라도 "잘 몰라서 다른 길로 갔어"라고 하면 된다. 문장을 다 보면 과거 일이라는 게 분명하다.

꼭 과거형으로 말하고 싶으면 다른 표현이 있다.

  • “잘 몰랐기 때문에 다른 길로 갔어.”
  • “잘 몰랐으니까 다른 길로 갔어.” ("~니까"는 "-었-"을 붙여도 된다.)
  • “잘 몰랐던 거라 다른 길로 갔어.”

"좋겠어서"도 "같이 가면 좋을 것 같아서"나 "같이 가면 좋겠다 싶어서"라고 하면 된다.

이런 말투가 유행하는 건 뭐든 줄여 말하는 게 유행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또 과거형을 분명히 표현하고 싶은 건 왠지 모르지만 과거와 현재를 명확히 구분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고 말이다.

개인 의견의 객관화: ~로 보시면 됩니다

이렇게 맛있는 건 이 집이 최고라고 보시면 됩니다.
너무 오래 달리다보니 탈진한 걸로 보시면 됩니다.

보통 개인적인 의견은 "~같아요"를 많이 쓴다. 옛날에 뉴스에서 신세대 말투로 보도하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좀 다른 것 같다. 개인 간에는 "~같아요"를 여전히 많이 사용하긴 하지만 유튜브나 TV 인터뷰를 보면 분명 개인 생각인데도 "~로 보시면 됩니다"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말 자체에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옛날보다 개인 또는 집단의 주장이 강해진 표현이 아닐까 생각된다.

외국인이 유행시킨 표현: 1도 없다

그런 거 1도 없어.

"하나도"를 숫자 1로 바꿔서 말하는 표현이다. 처음엔 단순히 재미있는 표현으로 들렸는데 노래 제목에도 쓰일 만큼 퍼졌고 요즘은 "하나도"보다 "1도"를 더 많이 쓰는 것 같다.

이걸 유행시킨 당사자는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던 시절에 이런 말을 했고 사람들이 재밌어 하다보니 유행했다. 그런데 그가 왜인지 방송에서 보이지 않는데 말은 살아 움직인다.

틀린 말이 표준어가 되기도 한다

위의 표현들이 나중에 어떻게 될까? 과거에 “먹거리” 같은 명사는 가끔 새로운 표준어로 인정되기도 하고 "너무 ~하다"가 부정 뿐 아니라 긍정 표현으로 인정되기도 했다. 위의 말투도 표준어로 인정될 수 있을까?

그런데 높임말 표현의 문제는 "시"만 붙이면 다 존댓말이 된다고 하면 존댓말 체계 자체가 흔들릴지도 모르겠다.

많이들 사용하고 적정한 이유가 있다면 언젠가 표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볼 때는 위에서 적정한 표현으로 보이는 건 별로 없는 것 같다. 다만 "~했어서"는 문법적인 모순만 없다면 차츰 인정되지 않을까도 싶다.

마치며

13년 전 글에서는 외국어 말투가 우리 생각을 바꾼다고 걱정했다. 지금은 반대로 우리의 생각이 바뀌면서 새로운 표현들이 나타나는 것 같다.

하지만 새로운 표현을 하는 이유를 일부 이해해도 꼭 그런 표현밖에 없는지는 의문이다.

말은 변하는 거니까 다 막을 수도 없고 막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말이라는 게 사회적인 합의니까 다른 사람과 말할 때 적절한 표현이 맞는지는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