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안 좋아진 뒤로 내가 허리 상태를 판단하는 방법은 양치질이다.
세면대에서 이를 닦으면 허리를 약간 숙이게 되는데 이게 허리에 통증을 줬다. 그래서 그 통증 정도로 상태를 판단하고 안 좋은 날은 한 팔로 세면대를 짚고 있어야 한다. 지금은 통증이 좀 약해져서 짚지 않는 날도 있지만 다시 아파질까 싶으면 짚는다.
양말을 신을 때도 비슷하다. 아침에 앉아서 허리를 숙여 양말을 잡아당길 때면 허리가 얼마나 뻣뻣한지, 통증이 얼마나 있는지 다른 날과 비교한다. 양치질과 양말 신을 때의 느낌으로 봐도 몇 달 전보다 분명히 좋아졌다.
그렇다고 매일 좋아지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전날보다 안 좋아진 날도 많았다.
시작은 연초였다. 달리기를 하거나 턱걸이를 할 때 꼬리뼈 안쪽 어딘가에 둔한 얼얼함 같은 것이 느껴졌다. 운동이 과했나, 별거 아니겠지 하고 넘겼다.
그렇게 두어 달을 지내면서 그런 느낌이 거의 없어진 것 같았는데 어느 날부터 허리가 안 좋아졌다. 이 역시 한 달 정도 좋아지겠지 하다가 결국 병원 가서 MRI를 찍어보니 L4-L5 부위에 척추협착증과 디스크 문제가 있고 신경을 누르고 있다고 했다.
당시에는 근력 운동도 하고 일요일마다 산에도 다녔다. 또 재택근무 중이었는데 책상 아래 짐 때문에 몸을 앞으로 숙여 일하는 시간도 길었던 것 같다.
이런 것들이 허리에 부담을 줬을 수 있지만 실제 원인인지는 알 수가 없다. 분명한 건 4월 초부터 허리가 많이 안 좋아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제 될 만한 행동은 하나씩 조심하기로 했다.
30분 앉아 있기도 힘들었다
안 좋을 때는 책상 앞에 30분 앉아 있는 것도 힘들었다. 그럴 땐 일어나 허리를 펴고 잠깐 움직여야 했다. 다시 앉아 있다가 또 불편해지면 일어났다.
우리 집은 거실 바닥에 밥상을 놓고 앉아 밥을 먹는데 이때도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 있기가 힘들었다. 중간에 자세를 바꾸거나 잠깐 일어나야 할 때도 있었다.
어느 날은 평소처럼 동네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그런데 걸은 지 10분도 안 돼 허리가 불편해 멈추고 잠깐이나마 쉴 수밖에 없었다. 평소 자주 다니던 산책길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니 당황을 넘어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다행히 이런 일은 그날밖에 없었다.
병원에서는 일단 주사를 맞아보자 해서 1주일 간격으로 3주 동안 치료를 받았다. 척추 주사라 수술대 같은 데 엎드려 맞았는데 잠깐 따끔한 정도였다.
그런데 주사 맞고서 과연 좋아졌냐 하면 별로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더 악화되는 걸 막아줬는지도 모른다. 다만 느끼기에는 "주사 맞고 좋아졌다"라고 할 만한 분명한 변화는 없었다.
여전히 30분 이상 앉아 있기가 힘들었고 2주 가까이 휴가처럼 집에서 쉬면서 지냈다.
스트레칭도 열심히 했다
어떻게든 좋아지게 해보려고 이것저것 해봤다. AI에게 물어보거나 유튜브를 찾아보고 스트레칭도 매일 했고 바닥에 엎드려 누워 신전 운동 비슷하게도 했다.
산책을 다녀오면 30분 정도 엎드려 쉬었다. 그리고 나서 원래 타던 실내 자전거는 다른 근력 운동을 못하는 대신 매일 탔다. 다행히 내 경우 자전거는 허리에 큰 무리가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뭐가 도움이 되는지 신경을 써가며 이런저런 행동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딱 이것 때문이라고 할 게 없었다.
실내 자전거도 어떤 날에는 아주 편했지만 어떤 날에는 좋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산책도 마찬가지였다.
스트레칭도 어느 순간부터 거의 하지 않게 됐다. 그렇다고 그 뒤로 회복이 더 느려진 것 같지도 않다.
출퇴근이 걱정됐다
그러던 중 5월 말부터 새 프로젝트로 출근하게 됐다. 사실 새로운 일에 대비하는 것보다 출퇴근이 더 걱정됐다.
흔들리는 만원 버스에 균형 잡고 서 있는 게 더 안 좋은 건 아닐까 지레 겁먹고 일도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막상 출근하니 생각과 달랐다.
버스에 서 있는 것 자체는 부담이 적게 느껴졌다. 오히려 가끔 자리가 나서 앉아 있을 때 엉덩이 쪽에 둔한 통증 같은 것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었고 자세를 자꾸 바꿔야 했다.
회사에서 일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한 시간 정도 일하면 일어나 허리를 폈다. 실제로 불편하기도 하고 의도적이기도 했다. 그런데 한 달, 두 달이 지나면서 그 횟수가 차츰 줄었다.
집에서 일할 때보다 자세가 좋아진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사무실의 책상과 의자는 기본적으로 잘 맞춰 나와서인지 집에서 일할 때보다 자세가 편하다. 특히 이번에는 책상 밑에 납작한 모니터 박스를 세워놓고 한 번씩 다리를 올려놓곤 하는데 상당히 편했다.
계속 지내다 보니 허리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자세를 바꾸는 습관이 중요하게 느껴졌다.
하루가 아니라 몇 달을 봐야 했다
회복은 계속 좋아지기만 하는 과정이 아니었다.
며칠 동안 상태가 괜찮아서 이제 좀 좋아졌구나 싶으면 어느 날 다시 아침에 뻣뻣하고 의자에 앉아 있기가 힘들어진다. 또 그러다 며칠 차츰 괜찮아지나 싶으면 그다음 며칠은 산책하는 동안 허리가 안 좋은 느낌이 든다.
매일 상태를 들여다봐도 좋아지고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 한두 달 전과 비교해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아, 그동안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구나.
아직 완전히 좋아진 것은 아니지만 통증을 느끼는 빈도나 강도가 확실히 약해졌다.
그래서 오늘 이 글을 척추협착증이 나았다고 쓰는 것은 아니다. 몇 달이 지난 지금은 그래도 좋아지고 있음을 기록하기 위해 쓴다.
현재는 어떻게 하고 있나
내가 현재 하고 있는 건 대략 이 정도다. 뭐가 실제로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른다.
- 앉아 있을 때 등받이에 등을 대고 약간 뒤로 기대도록 한다. 90도 직각으로 앉거나 앞으로 숙이거나 누워 있다시피하는 자세는 피한다.
- 앉아서 오래 있지 않도록 한다. 한 번씩 일어나 허리를 편다.
- 걷기는 출퇴근과 산책 두 번 합쳐서 7천 ~ 만1천 보, 실내 자전거는 땀이 꽤 날 정도로 하루 25분씩 탄다.
- RDL 같은 무거운 덤벨을 드는 운동을 포함해 근력 운동을 아예 중단했다.
- 여전히 바닥에 앉는 좌식 생활을 많이 하지만 가급적 피하려고 한다.
- 반은 의도적으로, 반은 다른 이유로 최근 4kg 이상 몸무게가 빠졌다. 허리 부담이 조금은 줄었을 것 같다.
몇 달 전에는 30분 앉아 있기도 힘들었고 버스로 출퇴근할 수 있을지가 걱정일 정도였다. 지금은 그런 걱정이 거의 없다.
주식 차트로 치면 중간중간 조정은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완만한 상승장이다.
앞으로도 계속 상승장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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