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섭노” 논쟁이 사그라들지 않고 계속 진행형이다. 영상 속 말 한마디를 문제 삼은 SNS 글에서 시작해 정치권까지 시끄럽다. 나도 "머선 일이고?"하고 들여다보다 한마디 보태고 싶어졌다.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단지 ‘-노’ 하나로 언어 오염을 얘기하고 특정 연예인을 일베와 연관지은 의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베의 혐오 표현이 놀이처럼 퍼져 평범한 사람들의 언어까지 오염시키는 상황을 걱정했다는 설명도 이해한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묻고 싶다. 언어의 오염을 걱정한다면서 왜 오염시킨 집단을 직접 비판하기보다 일베와 연예인을 연관짓는 방식으로 문제 제기를 한 것인가.
지적할 대상은 일베다
공산당이 빨간색을 쓴다고 해서 단순히 빨간 보자기를 두른 할머니에게 색깔을 조심하라고 충고할 일은 아니다. 싸워야 할 대상은 공산당이지 빨간색이 아니다.
일베가 문제라면 일베의 혐오와 조롱을 비판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논쟁에서는 일베보다 연예인이 불필요한 관심의 대상이 됐다.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언어 현상을 이야기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인터넷에는 해당 연예인의 이름과 ‘일베 논란’이 불필요하게 나란히 언급된다. 의도가 좋을지는 모르나 이런 논란을 예상할 수 없었을까?
하지 말라고 하면 더 생각날 수 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오히려 코끼리를 떠올리게 된다. 어떤 표현을 볼 때마다 일베를 연상해야 한다고 강조하면 그 관계는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강해진다. 숫자 18에서 욕이 떠오른다고 쓰지 말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말은 사람과 시간을 통해 계속 변한다. 표준어를 정해 놓아도 실제 언어는 변하고 특정 집단이 어떤 말을 사용했다고 해서 그 말이 그 집단의 전유물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일베가 ‘-노’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원래 존재하던 말까지 일베식 표현으로 구분한다면 우리는 말 한마디 할 때마다 그런 배경을 신경 쓰고 말을 해야 할까?
원인보다 쉬운 결과를 붙잡는다
우리 사회는 복잡한 원인보다 눈에 보이는 결과부터 통제하려는 경우가 많다. 문제를 만든 구조와 싸우는 일은 어렵고 오래 걸린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그 구조가 낳은 결과나 그 결과를 드러낸 개인을 먼저 붙잡는다.
일베가 혐오를 생산하고 퍼뜨리는 방식과 싸우는 일은 어렵다. 반면 연예인의 말 한마디를 가져와 조심하라고 말하는 것은 쉽다. 쉬운 대상을 선택해 지적하니 본질은 사라지고 불필요한 논쟁만 확산됐다.
명백한 혐오 표현은 비판해야 한다. 하지만 모호한 말 하나를 집어서 그 사람에게 주의를 주는 것보다는 차라리 좋은 표현과 생생한 사투리를 찾아 우리말의 표현력과 어휘력을 넓히는 편이 부적절한 표현이 퍼지는 걸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일베가 문제라면 일베 문제를 얘기해야 한다. 괜히 애먼 곳을 붙잡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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