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인 2014년에 지역별 아파트 실거래가 분석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실거래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국 시군구, 수도권 법정동의 아파트 매매가를 지도 위에 색깔로 나타낸 것이었다. 그때는 데이터도 내려 받기 쉽지 않았고 분석도 여러 과정을 힘들게 거쳤는데 이번엔 AI의 도움을 받아 인터랙티브한 방식의 웹페이지를 만들어봤다. 2014년 5, 6, 7월 거래가와 2026년 5, 6, 7월 거래가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눈으로 확인해보기 바란다.

아파트 실거래가 2014년 vs 2026년
아파트 실거래가 2014년 vs 2026년

제작 참고 사항

2014년 글을 쓸 때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사이트에서 데이터를 긁어오는 것부터 고생이었는데 이번엔 데이터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CSV로 받아 집계했다. 시각화 웹페이지는 d3.js로 새로 만들었다.

지역별 가격은 각 거래의 매매가를 전용면적으로 나눈 3.3m²당 평균 가격이다. 12년이 흘렀으니 물가도 많이 올랐기 때문에 절대 가격만으로 비교하는 건 해석이 어려우므로 상대 가격을 비교할 수 있게 해놨다. 또한 2026년 8월 9일에 다시 받은 자료라 7월 데이터는 계속 집계 중인 데이터이므로(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 신고) 최종 데이터는 아님을 감안해야 한다. 물론 전체 경향을 보는 덴 문제가 없어서 비교해 본 것이다. 2014년 데이터 역시 이번에 새로 받아 산출한 것이라 원글을 쓸 때와 약간은 데이터 차이가 있다.

전국 시군구 - 여전한 강남 불패

먼저 전국 시군구 기준 상위 10곳이다.

2014년 5~7월

시군구 매매건수 3.3m²당 가격(만원)
서울특별시 강남구 1,191 3,324.1
서울특별시 서초구 990 2,995.6
경기도 과천시 94 2,903.8
서울특별시 송파구 1,026 2,670.9
서울특별시 용산구 260 2,377.6
서울특별시 광진구 305 2,113.0
서울특별시 마포구 518 2,021.6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1,351 1,988.7
서울특별시 종로구 122 1,974.7
서울특별시 중구 138 1,974.5

2026년 5~7월

시군구 매매건수 3.3m²당 가격(만원)
서울특별시 강남구 779 11,520.6
서울특별시 서초구 640 10,644.2
경기도 과천시 84 9,478.2
서울특별시 송파구 1,062 8,781.9
서울특별시 용산구 263 8,362.8
서울특별시 성동구 411 7,963.0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1,319 7,245.3
서울특별시 마포구 507 6,600.0
서울특별시 광진구 336 6,500.2
서울특별시 강동구 884 6,335.1

상위권은 강남, 서초, 과천, 송파, 용산, 분당까지 그대로다. 12년이 지나도 "강남 불패"라는 속설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성동구가 새로 10위 안에 들어온 것도 눈에 띈다. 성수동 주변에 아파트도 많이 들어오고 최근 몇 년간 힙한 동네로 소문 나면서 비싸진 걸까?

문제는 12년 동안 가격이 강남구 기준 3.3m²당 3,324만원에서 11,521만원으로 3.5배 가까이 뛰었다는 것이다. 가격만 보면 복권 당첨이라고 할 만하다. 연간 상승률이 대략 11% 정도 된다.

수도권 법정동 - 상위권 안에서도 벌어진 격차

동 단위로 내려가면 거래 한두 건이 평균에 영향을 많이 줄 수 있다. 그래서 아래는 20건 이상 거래된 법정동을 대상으로 상위 7곳을 비교한 것이다.

2014년 5~7월

동 매매건수 3.3m²당 가격(만원)
서울특별시 강남구 개포동 198 4,372.7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동 78 4,123.5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동 201 3,938.5
서울특별시 송파구 잠실동 213 3,738.1
서울특별시 강남구 대치동 173 3,413.4
서울특별시 강남구 청담동 64 3,359.2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곡동 150 3,298.3

2026년 5~7월

동 매매건수 3.3m²당 가격(만원)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동 67 18,163.1
서울특별시 서초구 반포동 122 16,226.8
서울특별시 서초구 잠원동 105 15,897.2
서울특별시 송파구 잠실동 200 13,242.5
서울특별시 강남구 개포동 138 13,150.4
서울특별시 강남구 수서동 50 12,422.6
서울특별시 강남구 대치동 83 12,038.0

2014년 1위였던 개포동은 2026년엔 5위로 밀렸고 대신 압구정동이 1위에 올라왔다(3.3m²당 1억 8천만원). 12년 전엔 1위와 7위가 약 1.3배 차이였는데(4,372만원 대 3,298만원), 2026년엔 약 1.5배로 커졌다 (1억 8,163만원 대 1억 2,038만원). 즉, 상위권 안에서도 차이가 더 벌어지는 것이 보인다.

지도로 보면 더 확실하게 보인다

지도로 보면 숫자로 보는 것보다 아래 두 가지가 더 잘 보인다. "연도별 상대값"을 체크해 놓고 연도를 눌러 비교해보자.

하나,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2014년 지도에서도 수도권이 진하게 나오긴 했지만 지방 주요 도시들도 어느 정도 색이 진하게 보였다(즉, 가격이 높았다). 2026년 지도는 수도권만 진하고 나머지 지역은 상대적으로 훨씬 옅어졌다. 12년 동안 수도권만 훨씬 더 가파르게 올랐다는 것이다. 시군구별 중간값을 비교하면 수도권은 3.3m²당 약 1,163만원에서 2,574만원으로 2.2배 오른 반면 비수도권은 549만원에서 894만원으로 1.6배 올랐다. 이에 따라 수도권 중간값이 비수도권의 2.1배였던 것이 지금은 2.9배로 벌어진 것이다. (단순 평균은 가격이 높은 지역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이 비교를 위해서는 평균값들의 중간값을 사용했다.)

둘, 수도권 안에서도 강남, 서초, 송파, 과천, 분당과 타지역의 차이가 벌어졌다. 수도권 법정동 지도를 들여다보면 강남 3구와 과천, 분당은 진한 색으로 뭉쳐 있고 나머지 수도권 지역과의 색 차이가 2014년보다 훨씬 커졌다. 위 표에서 본 것처럼 상위권 안에서의 격차도 벌어졌지만 상위권과 그 바깥 지역의 격차는 그보다 더 크게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국가 균형발전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이 결과를 보며 의문이 생긴다. 국가 균형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꽤 장기 추진해왔는데 실제로 고루 발전하고 있는 게 맞는지.

집값만으로 정부와 정치권의 균형발전 정책이 실패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주택 가격에 영향을 주는 일자리, 교통, 의료, 교육 등 주요 요인들이 사람들이 체감하는 만큼 충분히 골고루 발전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닌가.

하루가 멀다 하고 집값 안정/공급 대책, 교통 대책, 경제 정책 등을 내놓고 있지만 왜 집값은 이렇게 된 것일까? 전국 어디에 살든 일자리와 교통, 의료, 교육의 기회가 비슷한 수준으로 제공되고 그에 따라 사는 곳을 각자의 현실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이 돼야 집값이 안정화되지 않을까? 앞으로도 서울 위주로 사람과 자본이 모이고 다시 생활 인프라가 집중되는 구조를 끊지 못한다면 이러한 격차는 더 커질 것이고 지방 소멸의 위험도 마찬가지로 커질 것이다.

12년 뒤 이런 비교를 다시 한다면 지역 간 격차가 조금이라도 줄어드는 걸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