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하다 보면 잘 이해가 안 가는 정체 상황이 있다. 사고도 없고 차선이 줄어든 것도 아닌데 오르막이나 터널 앞에서는 서행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합류 도로는 차량이 늘어나므로 정체가 이해되긴 하지만 두 차로가 한 차로로 합쳐진 만큼만 속도가 줄어야 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훨씬 심하게 막힌다. 왜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상황 모두 작은 감속이 정체를 일으킨다. 뒤차는 앞차 상황에 따라 반응하는 데 약간이라도 시간이 걸리므로 안전거리를 만들려고 좀 더 감속할 수 있다. 감속이 차례로 증폭되면 차의 진행 방향과 반대로 정체는 파동처럼 뒤로 전달된다.

아래에 이러한 시뮬레이션 두 개를 만들어봤다. 여러 조건을 바꿔 상황을 만들 수 있고 속도를 바꿔가며 관찰할 수 있다. 도로의 길이는 400m라고 가정한 상황이다.

INTERACTIVE TRAFFIC LAB

감속에 따른 정체 애니메이션

이 브라우저에서는 교통 애니메이션을 표시할 수 없습니다.
평균 속도-
최저 속도-
현재 상태-
평균 속도 변화

오르막에서 차 몇 대의 속도가 약간 줄어도 뒤차는 더 반응할 수 있다. 오르막 정상에 다다른 차는 다시 빨라지지만 감속 파동은 상류로 전파된다. 그래서 원인 지점보다 앞까지 정체가 이어지게 된다.

정체는 뒤로 전파한다

난 비전공자지만 교통공학에 대해 찾아보니 차들은 모두 앞을 향해 움직이지만 감속 지점은 반대 방향으로 이동한다고 한다. 반응이 전파되는 방향이 차량 진행 방향과 반대가 된다는 것이다. 이를 충격파(shock wave) 또는 유령 정체(phantom traffic jam) 라고 부른다.

그래서 그게 맞는지 위 시뮬레이션을 만들어 확인해봤다. 느리게 가는 차들(빨간색)이 나타나는 위치를 보면 감속 파동이 차들의 진행 방향과 반대로 이동하는 걸 볼 수 있다.

교통량이 적을 때는 앞차가 느려져 뒤차도 느려졌을 때 계속 진행할 여유가 있다. 하지만 차가 많은 상황에선 같은 감속에도 여유 공간이 없다. 한 차의 살짝 브레이크가 뒤에서는 급제동이 될 수 있다. 급제동한 차가 다시 속도를 높이는 동안 차 간격도 벌어져 도로를 통과할 수 있는 차량 수가 줄어든다.

오르막과 터널 앞에서 감속이 발생한다

기본값 상태에서 시뮬레이션을 지켜보면 20초가 지났을 때 이미 최저 속도가 30킬로 아래로 떨어진다. 그리고 좀 더 지켜보면 정체차들이 쭉 늘어서게 된다.

오르막에서는 가속 페달을 더 밟아야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운전자가 그만큼 밟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오르막 구간 전체의 흐름이 조금씩 느려지고 교통량이 많다면 차선이 줄지 않아도 이 정도 교란만으로 정체가 시작된다.

어느 오르막이나 그럴 수 있지만 특히 서해대교나 인천대교처럼 경사를 오래 타고 올라가는 오르막일수록 이런 정체가 많았다. 명절 때처럼 교통량이 많을 때는 대교 한참 전부터 정체가 시작되곤 한다. 가속 페달을 더 밟지 않으면 속도가 조금씩 줄고 그게 누적되면 뒷차는 브레이크를 밟는 상황까지 가게 된다. 그래서 오르막 정상에서는 제 속도가 나더라도 오르막 한참 전부터 정체가 이어질 수 있다.

터널도 비슷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오르막에 터널이 있는 경우가 많아 더 그렇다. 터널 입구가 가까워지면 시야가 좁아지고 조명이 바뀌면서 운전자는 가속 페달을 덜 밟아 결과적으로 감속하는 경우가 많다. 오르막처럼 눈에 보이는 경사가 없더라도 정체가 발생하는 과정은 같다.

중요한 건 교통량이다. 시뮬레이션의 유입량을 20 정도로 바꾸고 [초기화]를 눌러보자. 일부 감속은 있지만 정체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합류 자체가 정체다

난 합류 도로를 보면 이런 의문이 들었다. 두 차로에서 오던 차가 한 차로로 합쳐지니 속도도 그 정도만 줄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시속 80킬로로 달리다가 10킬로 미만으로 떨어지는 건 너무 심하잖아. 하지만 한 번 정체가 발생하면 이건 아주 흔한 일이다.

일단 합류차는 본선 속도에 맞춰 합류하는 게 원칙이지만 본선 차량 흐름도 봐야 하고 차로 변경도 해야 하므로 속도가 흔들리게 된다. 이런 속도 저하가 결국 앞서 오르막처럼 파동을 일으키게 된다.

이 역시 교통량이 문제로, 본선이 한산하면 합류차가 들어와 속도가 흔들리더라도 충분히 정상 소통이 된다. 하지만 본선이 이미 어느 정도 차가 지나가고 있다면 서로 양보하면서 끼어들 수 있도록 브레이크를 밟게 된다.

위 시뮬레이션에서 유입량을 낮추면 합류점에서 느려지더라도 계속 원활히 소통이 되지만 유입량을 늘리면 어느 순간 평균 속도가 완만하게가 아니라 급격하게 떨어진다. 도로가 감당할 수 있는 임계치를 넘는 것이다. 차량 수가 두 배가 된다고 속도가 반으로 줄어드는 게 아니라 이 임계치를 넘으면서 도로의 수용 능력이 무너지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정체가 시작되면 오르막과 마찬가지로 뒤로 길게 정체가 이어진다.

한 번 정체가 시작되면 잘 안 풀린다

한 번 정체가 시작되면 도로가 처리할 수 있는 임계치를 넘은 것이기 때문에 정체가 계속 유지된다. 정체가 풀리려면 정체 구간에서 빠져나가는 차량 수가 새로 들어오는 차량 수보다 많아야 하는데 유출량이 적다 보니 유입량이 더 많은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다.

그래서 위 시뮬레이션에서 정체가 발생한 후에는 인위적으로 유입량을 확 낮춰 줘야 정체가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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