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외삼촌이 집에 놀러 왔는데 내가 가지고 놀던 공 모양 조각 맞추기 퍼즐을 해보겠다고 했다. 나는 안 된다고 했다. 한 번 흩뜨려 놓으면 너무 맞추기 어려웠거든. 내 물건을 망쳐놓는 느낌이었을까?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그 뒤로 퍼즐 푸는 법을 배운 적이 없는데 그런 퍼즐은 한 번 맞추면 다시 맞추기가 어렵지 않다. 학교에서 가르쳐준 지식이 아니라 뭔가가 더 자라고 쌓였을 것이다. 그게 무엇일까? 일단 퀴즈를 다시 좀 풀어보고 내가 뭘 다르게 생각하는지 찾아봐야겠다.

어릴 때의 나와 지금의 나, 누가 이기는지 확인하는 기분으로 아래 퀴즈를 풀어보자. 넌센스 퀴즈가 아니므로 조금 머리를 달궈야 풀릴 것이다.

몸풀기 — 야구 방망이와 공

야구 방망이와 공을 합쳐서 11,000원에 샀다. 방망이는 공보다 10,000원 비싸다. 공은 얼마일까? 간단해 보인다고 방심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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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 문제는 쉽게 생각했다가 틀렸다. 몸풀기, 머리 달구기로 딱인 문제 같다.

1,000원이라고 답했다면 방망이는 11,000원이고 합계는 12,000원이 되므로 틀린다. 정답은 500원이다. 방망이는 10,500원, 그래야 차이는 10,000원이 된다.

이 문제는 어른도 쉽게 틀린다고 한다. "인지적 성찰 검사"에서 대학생들에게 낸 문제인데 명문대생도 절반쯤 직관으로 1,000원이라는 오답을 냈다. 처음 떠오른 답을 계산으로 확인하지 않고 쉽게 대답하기 때문이다. 혹시 논문 원문이 필요하다면 여기 참고.

이제 본격적으로 머리 좀 써보자. (퀴즈 난이도 기준이 다를 수 있지만.)

퀴즈 1 — 밧줄 두 개로 45분 재기

밧줄이 두 개 있다. 밧줄 하나에 불을 붙이면 다 타는 데 정확히 1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밧줄 굵기가 일정하지 않아서 균일하게 타지 않는다. 앞쪽 절반이 10분 만에 타고 뒤쪽 절반이 50분 걸릴 수도 있다. 오로지 전체 타는 시간 1시간만 일정하다고 한다.

이 두 밧줄과 성냥을 가지고 정확히 45분을 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성냥은 필요한 만큼 쓸 수 있다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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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밧줄 중간에 불을 붙인다든가 밧줄을 잘라보려고 생각하지 않았는가? 난 그랬다. 하지만 밧줄이 타는 속도가 균일하지 않으니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밧줄 A의 양쪽 끝에 동시에 불을 붙이고 또한 같은 순간 밧줄 B의 한쪽 끝에도 불을 붙인다.

밧줄 A는 양쪽에서 타 들어오다가 가운데 어딘가에서 만나 다 타 버리는데 만나는 위치에 상관 없이 60분짜리를 양쪽에서 태웠으니 정확히 30분이 걸린다.

밧줄 A가 다 타는 바로 그 순간 아직 타고 있는 밧줄 B의 반대쪽 끝에도 불을 붙인다. 밧줄 B는 30분 시간 동안 탔으므로 30분이 남았고 양쪽에서 태우면 무조건 절반의 시간, 즉 15분 만에 다 탄다.

따라서 30분 + 15분 = 45분을 잴 수 있다.

퀴즈 2 — 사냥꾼은 어디서 출발했을까

어떤 사냥꾼이 텐트에서 나와 남쪽으로 1km, 동쪽으로 1km, 다시 북쪽으로 1km를 걸었더니 텐트 앞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 근방 500km 안에는 곰이 살지 않는다. 사냥꾼은 대체 어디서 출발한 걸까? 다시 말하지만 넌센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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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를 좀 아는 사람은 북극점이 바로 떠오를 수 있다. 북극점은 북쪽 끝이기 때문에 어느 방향도 "남쪽"이 된다. 1km 남쪽으로 간 후 동쪽으로 방향을 틀면 동쪽으로 아무리 걸어도(1km든 얼마든) 같은 위도선 위에 있다. 다시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1km를 걸어가면 모든 경도선이 극점 하나로 모이기 때문에 다시 북극점으로 돌아온다.

N (북극점) 남쪽 1km 동쪽 1km (얼마든 상관없다) 북쪽 1km

그럴듯하지만 문제에 단서 조건이 하나 있다. “500km 안에 곰이 살지 않는다.” 북극에는 북극곰이 살기 때문에 북극점이라는 답은 바로 탈락이다.

다시 생각해보자. 비슷한 속성이 있는 지구상의 위치를 생각해보면 정답은 남극 부근의 어떤 조건을 만족하는 지점이다.

남극점 근처의 위도선을 하나 선택해야 한다. 1km를 따라 돌았을 때 제자리로 오는 작은 위도선이면 된다. 그 위도선보다 1km 북쪽에 있는 위도선 위의 지점을 출발점으로 해서 남쪽으로 항하면 위도선에 도착하고 거기서 동쪽으로 1km를 걸으면 그 위도선을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고 다시 북쪽으로 1km 걸으면 처음 출발한 곳이 된다.

단서 조건인 곰도 남극에는 없다 — 펭귄만 있을 뿐.

출발점 남·북 각 1km 동쪽 1km (한 바퀴) S (남극점)

이런 문제는 어렸을 때라면 남극, 북극 같은 지역을 생각 못했거나 북극곰에 대해 몰랐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퀴즈 3 — 밤에 다리 건너기

네 사람이 밤에 낡은 출렁다리 앞에 서 있다. 다리는 한 번에 두 명까지만 건널 수 있고 밤이라 손전등 없이는 못 건넌다. 손전등은 하나뿐이라 누군가 들고 되돌아와야 한다. 던져서 전달하는 건 안 된다.

네 사람이 다리를 건너는 데 걸리는 시간은 각각 1분, 2분, 5분, 10분이고 둘이 같이 건너면 느린 사람의 속도에 맞춰야 하며 돌아올 때도 같은 규칙이 적용된다.

17분 안에 네 명 모두 건널 수 있을까?

가볍게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19분이라는 답이 나올 것이다. 거기서 2분을 더 줄이는 게 이 퀴즈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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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분이 나오는 이유는 이렇다. 가장 빠른 1분이 손전등 셔틀을 맡는 게 당연해 보인다.

  1. 1분+2분 건너감 (2분), 1분 돌아옴 (1분)
  2. 1분+5분 건너감 (5분), 1분 돌아옴 (1분)
  3. 1분+10분 건너감 (10분) — 합계 19분

그럼 어떻게 단축시킬 수 있을까? "빠른 사람이 셔틀"이라는 가정 자체를 버려야 답이 나온다.

진짜 단축은 셔틀이 아니라 10분짜리와 5분짜리가 함께 건너는 것이다. 이 둘을 한 번에 건너게 하면 5분이 10분에 묻어가므로 확실히 줄어든다.

  1. 1분+2분 건너감 (2분)
  2. 1분 돌아옴 (1분)
  3. 5분+10분 건너감 (10분) — 느린 둘을 묶는다
  4. 건너편에 있던 2분이 돌아옴 (2분)
  5. 1분+2분 건너감 (2분) — 합계 17분

목표 시간을 먼저 알려주는 문제이므로 어른인 나는 진지하게 문제에 도전해서 이리저리 굴려보고 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일단 답이 있다고 하면 그걸 찾아가는 건 어렸을 때보다 다양한 수를 찾기 때문인 것 같다.

여전히 두뇌 퀴즈는 어렵지만

두뇌 퀴즈는 주로 심심풀이로 즐기는 것이기 때문에 시험 문제를 풀듯이 풀지는 않지만 어렸을 때는 막연히 모르겠다고 포기하던 게 지금은 좀 더 머리를 굴려보게 된다. 위 문제들도 사실 반은 틀렸지만 어렸을 때는 더 틀렸을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돼서 문제를 대할 때 뭐가 달라졌을까?

경험이 쌓였다. 학교에서, 책에서 지식을 쌓긴 하지만 세상에는 교과서에 없는 문제들이 많고 어른은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제를 푼다. 때로 경험을 믿고 섣부른 판단을 하기도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풀 수 있는지 좀 더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다.

눈치가 늘었다. 문제 자체에 대한 감각이 생겼다. 출제자의 의도 또는 문제가 왜 이렇게 나왔을까를 염두에 두고 문제를 푼다. 이 역시 함정에 빠질 수 있는 위험이 있으나 대개 문제 의도를 알면 이해도가 올라가고 적절한 답의 범위를 좁힐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사고력이 좋아졌다. 어렸을 때는 한 가지를 오래 생각하기 힘들어서 금세 포기하기도 한다. 지금은 동기가 생기면 문제를 다각도로 생각하고 하나하나 가능성을 따져본다.


어른이 되니 외삼촌이 그 퍼즐 장난감을 흩뜨려 놔도 겁나지 않을 것 같다. 나도 외삼촌이라면 조카한테 해보겠다고 할 거 같은데…

여러분은 네 문제 중 몇 문제나 풀었는가? 다음에는 그림 퍼즐이나 넌센스도 풀어봐야겠다.